books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사샤 세이건)

스향 2021. 7. 28. 15:48

 


책명 :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지은이 : 사샤 세이건

옮긴이 : 홍한별


지은이 사샤 세이건은 코스모스의 저자로 유명한 칼 세이건의 딸이다. 코스모스는 우주와 태양계, 지구, 인간의 기원과 자연현상을 밝혀주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작가인 어머니로의 딸로서 인간에 대한 깊은 탐색에 관한 글쓰기를 해왔다.

 

  사샤 세이건은 이 책이 부모님께 바치는 찬사이자 러브레터라고 하였다. 그는 어린시절에서부터 시작하여 친구들과의 교류, 결혼과 육아 그리고 아버지의 별세 이후까지의 삶을 자서전처럼 기록하였다.

 

  언젠가는 인간도 지구도 태양도 다 사라지는 날이 온다. 인간은 길어야 100년 정도 살다 가는 인생이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삶인지 그 하나의 단서를 보여주고 있다.

 

  의미가 있는 특별한 행동은 일종의 의식이 된다. 소소한 의식들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필자는 일상생활에서 ‘의식’이라는 삶의 형식을 통해 행복을 지향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인류학적 고찰도 재미있다.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감동적이다.

 


책을 읽다가 밑줄친 문장들을 옮깁니다.


[태어남]

 

출생이나 생명을 신학적 의미에서 기적이라고 부르지는 않을지라도 숨이 막힐 정도로 놀라운 일이고 축하해 마땅한 일임은 부인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탄생과 죽음 사이의 짧은 순간을 겪고 있다. 탄생 이전과 죽음 이후의 시간에 비하면 정말로 짧은 순간이다.

 

지구가 생겨난 지는 45000만 년 이상 되었다. 우리는 우리와 조금 다른 종에서 진화했고, 그 종은 또 다른 종에서 진화했고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보면 단세포생물에까지 이른다. 우리 친척처럼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친척이다.

 

 

[한 주의 의식]

 

종교마다 신성한 날은 다르지만, 어떤 종교든 일주일 중 하루를 신앙을 점검하고 공동체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날로 삼는다는 점은 대체로 비슷하다.

 

유사 이래 거의 늘 자연과 종교는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주는 신성했다. 신과 자연은 서로 대립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사랑을 신성한 것으로 보게끔 나를 키우셨고 그래서 남편 존과 나는 늘 우리의 사랑을 종교 비슷한 것으로 생각한다. 서로 믿고,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고, 당연히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종교처럼 여긴다.

 

 

[매일의 의식]

 

존과 내가 하는 작은 의식이 몇 가지 있다. 매일 아침 존이 나보다 먼저 일어나 커피를 만들어서 침대에 누워 있는 나에게 한잔을 가져다준다. 그러면 나는 존에게 고맙다고 하고 내가 존을 얼마나 대단하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한다.

 

저녁때 존은 퇴근하서 출발!”이라고 나한테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이 문자를 받으면 여전히 가슴이 살짝 떨린다. 이것도 작은 의식이다. 하루를 끝낼 무렵에 마시는 와인 한잔도 일종의 마법약이다. 삶의 아주 사소한 신비들까지도 다 찬미하면서 살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상은 얼마나 많이 달라질까?

 

사람들마다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하루가 시작되거나 끝날 때 조용한 순간을 갖는 의식을 치른다.

 

 

[고백과 속죄]

 

광대한 우주 속 우리 세계가 얼마나 작은지도 볼 수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다정함을 키워야 한다. 아버지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당신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내버려두라. 수천억 개의 은하 가운데서 또다른 사람 하나를 찾을 수가 없을테니까.”

 

나는 우리의 원죄가 성이나 지식욕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잔인함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작은 것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못되게 구는 까닭은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을 다른 이에게 투사하거나 아니면 자신감 부족을 보상하려는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의식을 행할 때는 특별한 시간을 정해놓으면 더 잘 하게 된다. 그래서 엄마와 나는 특별히 3월 4일을 택했다. 3월 4일이 영어로는 ‘March fourth’인데 소리 내어 발음하면 ‘앞으로 나아가라 (March forth)’라는 담대한 명령처럼 들린다. 더 나아져라, 진화하라고 지시하는 외침 같다.

 

 

[성년]

 

내가 우주로 가서 지구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지구는 아주 작고 외롭고 무의미하고 사소해 보였다. 나는 이 거대한 우주 속에서 아주 작은 존재다. 수십억 년 뒤에는 해도 다 타버릴 것이다. 내가 무얼 어떻게 하든 위대한 우주의 섭리 속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다.

 

살아 있다는 그 자체가 경이롭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나는 알았지만, 그전에는 정말 절실히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나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간에 지구상에서의 작은 순간 하나하나가 의미 있다는 생각을 나 자신에게 계속 각인했다. 내가 언젠가는 틀림없이 죽을 테지만 지금은 살아 있고 그게 매우 운 좋은 일임을 되새겼다. 서서히 이런 생각들이 가슴 떨리는 기쁨을 가져다주기 시작했다.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우리의 시간은 얼마나 짧은지를 진심으로 인정하고도 삶을 사랑할 수 있게 되자, 진짜 어른이 된 느낌이었다.

 

 

[여름]

 

햇빛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 지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해에서 나오는 자외선을 쪼이면 엔도르핀이 배출되는 실제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우리 신체와, 우리에게서 가장 가까운 별 사이에 과학적 연관이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지구로부터 15000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고 46억 년 전에 생겨난 수소와 헬륨 덩어리에서 나오는 빛을 쪼이면 행복해진다는 사실이.

 

어릴 때 아버지가 대기 중의 공기 입자는 아주 오래 전부터 변함없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우리는 수천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과 같은 공기로 호흡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이 공기 입자 중 일부가 아버지가 들이마시고 내쉬었던 공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공기를 들이마신다니 얼마나 친밀한 행위인가.

 

우리는 누군가의 먼 미래이자 누군가의 오래된 과거이다.

 

 

[독립기념일]

 

정치적 혁명이나 과학적 혁신이나 모두 권위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사물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태어난다.

 

무언가에 의문을 제기하고 탐구하고 검토하고 개선할 방법을 찾는 것도 무언가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바비큐와 불꽃놀이도 독립을 축하하기에 좋은 방법이지만, 나는 진정한 독립기념일 의식은 우리 자신과 우리 아이들에게 기존 관념에 의문을 제기하라고 가르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특정한 날을 지정해놓지 않으면 그냥 잊고 질문하지 않게 되기가 쉽다. 그래서 독립기념일을 바로 그런 질문을 하는 날로 정해야 한다.

 

 

[결혼]

 

우리가 치르는 최상의 의식은 우리가 가장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행위로 옮기는 것이다.

 

지구상 어딘가에 결혼식 날 아침 다른 사람들이 깨기 전에 조상의 무덤가에 가서 우는 관습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혼자서 상실의 아픔을 느끼면서 조상들 앞에서 후련하게 운 다음 돌아와서 성유와 향수를 바르고 순결을 상징하는 전통적 색의 드레스를 차려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관습, 나에게는 내가 아는 여느 의식보다 더 좋은 의식이다. 눈물을 다 쏟아내고 기분이 좋아져서 내가 잃은 것보다 내가 누릴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 세상에는 세 종류의 인간이 있었다. 남성과 여성, 그리고 둘이 합해진 안드로기노스가 있었다. 이들은 팔이 네 개, 다리가 네 개, 그리고 얼굴이 두 개가 앞뒤로 붙어 있었다. 야심이 커서 신들의 자리를 찬탈하려했다. 제우스는 이들을 반으로 쪼갬으로써 복수를 했다. 이들은 한몸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가 너무 강해서 먹지도 않고 그냥 죽어갔다. 제우스는 죄책감을 느꼈다. 그래서 섹스를 통해 다시 하나의 몸으로 결합하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끔 사람의 육체를 재설정하였다. 따라서 사랑은 본래 상태로의 회귀이다. 사랑은 인간 본연의 상처를 치유한다. 2400년 전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신화이다. 이 이야기가 문자 그대로 진실도 아니며 어떤 교리나 신앙과도 무관하지만 아름다운 비유로써 진실하게 느껴졌다.

 

당연히 결혼의식도 진화했다. 두 사람이 동등한 주체로서 함께하고 서로를 더 행복하고 더 낫고 덜 외로운 존재로 만들려는 선택을 한다는 의미로 바뀌어 왔다.

 

내가 결혼한 아름다운 남자와 내가 잃은 아름다운 남자의 유산을 보면서 모든 게 완벽하지는 않지만 모든 게 마치 시처럼 깊고 진실하고 정확하고 숭고하다고 느꼈다.

 

 

[섹스]

 

섹스를 통해 사람이 만들어진다는 게 믿어지나. 정말? 나는 내가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그 사실에 경탄할 것 같다. 인간은 섹스라는 의식을 통해서 종교가 우리에게 약속하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생명창조의 기적, 고양된 감정, 자식에게 DNA를 물려줌으로써 죽은 뒤에도 삶이 영속되게 하는 것 등, 대개 인간적인 것들이 아니라 신적인 것과 연결되는 요소들이다.

 

옳은지 아닌지를 판단하는데 쓸 수 있는 유일한 잣대는 그로 인해 다치는 사람이 있나?라는 질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생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섹스를 하면 우리 몸안에 취하게 하는 물질이 생겨난다.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고 또 옥시토신이 나와 유대감이 증가한다. 그래서 우리는 제 몸에서 나온 물질에 취해서 사랑에 빠지는 황홀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시대와 장소에 따른 사회적 관습이 어떠하건 간에, 섹스는 특히 최초의 섹스나 새로운 파트너와의 섹스는 한 현실에서 다른 현실로 가는 관문이다. 이전과 이후에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다달의 의식]

 

나는 엄청나게 친구 복이 많다. 형제나 다름없을 정도로 가까운 평생지기 남자 친구들도 있지만 특히 여자 친구들은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다. 이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레이디스 다이닝 소사이어티라는 모임이 있다. 우리는 모일 때마다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정치, 영화, 엄마, 아이키우기, 사랑, 섹스, 예술 같은 온갖 주제로 흥미로운 대화를 나눴다.

 

2006년에 나온 책 주문을 깨다에서 철학자 내니엘 데닛은 어떻게 과학을 통해 신앙을 살펴볼 수 있는지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쓰다보면 닳고 망가지는 것을 피할 수 없으므로 만들어진 것은 무엇이든 새로 고치고 복제하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다.”

 

전통은 사라지기도 쉽지만 새로운 것이 생기기도 쉽다. 오늘 당장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 새로운 모임을 시작해볼 수도 있다.

 

 

[가을]

 

사람은 배출구가 필요하다. 배출구가 없으면 압력이 쌓여 체제가 버티지 못하게 된다. 세계 어디에서나 어느 시대에나 젠더와 시간을 넘나들며 온갖 종류의 동물과 신, 영혼, 조상 등의 모습으로 가장하는 의식이 있었다.

 

세계 가지의 오래된 가면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이나 다른 무엇의 정체성을 취하기를 좋아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금 당신의 모습은 우리의 과거이고, 지금 우리의 모습은 당신의 미래다.

 

 

[잔치와 금식]

 

거의 모든 종교에서 단식을 권한다. 단식은 사람을 깨어나게 한다. 심장 박동이 차분해지고 영성이 높아진다.

 

단식을 통해 우리가 원할 때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깨닫게 된다.

 

우리 인간 종은 굶주리던 시기에 간절히 원하던 것을 모두 얻을 수 있게 되었지만 한 가지 함정이 있었다. 쉽게 음식을 구할 수 있게 되자 이전에는 너무 부른 배가 우리를 죽이게 된 것이다.

 

라마단 기간 금식의 의식은 내적 성찰과 신에 대한 헌신에 더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모르몬교도들은 한 달에 하루, 일요일에 단식해서 두 끼를 굶고 절약한 식사비를 가난한 사람에게 기부한다.

 

단식하는 의식에서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은 다시 먹게 되면서 내가 가진 것을 새로운 마음으로 더욱 소중히 느끼게 되는 기회이다. 단식이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방식이라면 단식을 깨면서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게 된다.

 

 

[겨울]

 

이제는 우리의 전통을 자유로이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하던 것을 기준으로 삼을 게 아니라 정말 믿는 것을 기준 삼아서.

 

너희들한테 들려줄 아주 멋지고 대단하고 짜릿한 사실이 있어. 너무 거대하고 장대해서 어떤 인간도 멈출 수가 없는 일이야. 내일부터 다시 낮이 조금씩 길어질 거고, 서서히 다시 꽃이 필 거고, 햇살이 돌아 올 거야.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

 

 

[죽음]

 

내가 나름의 세속적인 방식으로 열렬히 따르는 유대교 전통 중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무덤에 돌을 가져다 놓은 풍습이 있다.

 

우리는 장례의식들이 죽은 사람을 위한 것인 척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메멘토 모리’는 죽음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나나 당신이나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또 우리 종도 멸종하거나 아니면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태양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지구상의 생명이 끝날 것이고 우리가 아직 예측하지 못한 많은 일이 우주에서 일어날 것이다.


 

 


맛집 소개할게요!!


 

▦ 소바야일미야 : 051-742-0092

해운대 해수욕장 가까이 오시면!!

해운대구청 인근

돈까스 & 소바 전문집

11:00~21:30

 

 

▦ 카페 그레이스 grace : 051-913-0333

남구 도서관 입구

고급 커피 & 디저트

11:00~19:00

뛰어난 커피맛, 톡톡 &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