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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열쇠 (크로닌)

스향 2021. 2. 20. 15:36

 

책명 : 천국의 열쇠

지은이 : 크로닌

특징 : 천국가는 길 찾기

 


우리는 죽으면 어떻게 될까요.

사후 세계라는 것이 있을까요.

있다면 천국엔 어떤 사람들이 갈 수 있을까요.


 

저는 성찰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복잡한 세상사에서 잠시 벗어나 조용한 산사나 예배당에서 머물면 더없이 행복해집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스페인 북부 어느 한적한 마을을 지날 때였죠. 아무도 없는 성당 안으로 지친 다리를 끌고 들어갔었죠. 흘러나오는 찬송가에 귀를 기울이며 홀로 가졌던 시간은 오래 동안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1962년에서 1965년 사이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개최되었죠. 이때 가톨릭만이 유일한 종교라는 확신을 버렸다고 합니다. 개신교는 갈라진 형제로 정의하였고, 교회 밖에서도 구원의 가능성을 인정하였지요. 또한 다른 종교와 사상도 진리를 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해서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쇄신의 모습을 보여준 가톨릭 공의회가 저의 눈길을 끌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블루로 우울한 계절에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를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소설 출간 20년 후에 개최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결론에 놀라울 정도로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역시나 작가는 통찰의 안목으로 시대를 앞서 바라봅니다.

 

이 소설책에는 아름다운 장면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습니다. 그것은 말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의 경지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두꺼운 소설책이었지만 한번 손에 잡으면 놓기 힘들 정도였죠. 이 책을 나에게 추천해 주신 분에게 다음에 소주 한 잔을 꼭 쏘아야겠습니다.

 


사후 세계가 있다면 어떤 사람이 천국에 입장할까요. 이웃을 사랑한 사람이겠지요. 그가 어떤 종교를 믿던, 아니 종교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웃에게 행하는 사랑의 실천이 구원의 첫 번째 조건이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래 글은 제가 책을 읽을 때 뭔가 느낌이 팍팍 왔던 글들의 모음입니다.

 

- 천국은 하늘에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바로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천국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어디 있어도 좋은 것입니다.

 

- 무신자라 해서 모두 지옥에 가는 것이 아닙니다.

 

- 같은 하느님을 제각기 다른 방법으로 예배한다 해서, 왜 사람들은 서로 미워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 자네의 가장 좋은 점은 말이야. 신앙이라기보다 교의에서 생기는 거만스러운 면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 전능하신 하느님은 또한 각 사람에게 마술 같은 기적을 일으키는 따위는 아주 싫어하신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 지옥이라는 곳은 말일세. 인간이 희망을 잃어버린 상태를 말하는 거라네.

 

- 하느님은 우리의 신앙뿐만 아니라 행위에 대해서도 심판하실 겁니다.

 

- 그리스도께서 살아계셨을 당시에는, 같은 시대 사람들의 눈에 그분은 위험한 자유사상가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사형을 당하셔야 했던 겁니다.

 

- 스스로 돌아봐서 가책이 없는 성실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구원을 받을 겁니다. 그게 하느님의 넓으신 자비입니다.

 

- 그는 프로테스탄트 교회와의 오랜 갈등을 잘 알고 있었다. 반목해야 할 이유도 없으면서 공연한 증오와 질투로 서로 으르렁대거나, 무엇보다 교리를 가지고 언쟁을 벌이고 논란을 일삼다가는 좋지 않은 싸움으로 발전하는 것을. 중국인들은 서로 다른 교파 간의 싸움을 느낄 것이고 그리스도교 신앙을 우습게 볼 것이다.

 

- 천국에 들어가는 문은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쪽 문을 택해서 천국에 들어가듯이, 새로 오시는 선교사들은 다른 편의 문을 택했다는 것뿐입니다

 

- 그리스도 신자로서 살지 않는다면 그리스도교를 아무리 가르친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겁니다.

 

- 제발 행위가 아니라 지향을 보아 제 생애를 심판하소서.

 

- 지금이야말로 온 세계의 교회가 서로 미움을 버리고 하나 되어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 세계는 살아서 숨을 쉬는 하나의 생명체이며,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수십억의 인간이라는 세포에 의해 건강이 유지되고 있으니 그 하나하나의 작은 세포인 우리 인간의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할 것이다.

 

- 종교의 옳고 그름은 거기 몸담은 자신의 생활을 보면 가장 잘 알 수 있어요.

 

- 나는 모든 어리석음과 잔학함에 감히 항쟁할 것을 진심으로 맹세한다. 관용은 최고의 덕이다. 겸양이 그다음이다.

 

- 우리의 뼈는 썩어서 들판의 흙으로 변하겠지만 영혼은 빠져나가 영광과 광명의 천상에 살리로다. 하느님은 인류 공통의 아버지다. 공자의 말씀을 인용하였죠.

 

- 노자가 말한 것을 잊지 말도록 하십시오. 종교는 많지만 진리는 하나며 우리는 모두 한 형제다.

 


치점 신부는 인종과 종교를 초월하여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었습니다. 교파가 다른 목사 부부와 진실하게 관계를 맺었습니다. 특히 공자와 노자의 가르침에 들어있는 인본주의 사상을 존중했습니다. 무신론자인 탈록에게 천국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었습니다.


 

 


줄거리를 요약해 봅니다.


 

글의 앞부분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주인공은 치점 신부이죠.

 

거대한 은빛 트위드강이 석양을 받아 엷은 자줏빛을 퍼뜨리고 잔물결 치는 것이 보였다. 강어귀에 널어놓은 그물에는 안개가 끼어있고, 항구로 들어오는 고깃배들의 돛대는 하늘을 향해 늘어서 있다.”

 

치점은 어릴 때 고아가 되었습니다. 그의 아버지와 가깝게 지내던 네드와 폴리 부부 집에서 돌봄을 받으며 공부할 때에 그 부부의 조카인 노라와 잠시 사랑에 빠집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사제 서품을 받습니다. 처음으로 부임한 탄광촌 성당의 키저 신부와는 관계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중국 선교사로 발령을 받아 중국으로 떠납니다.

 

전해 들은 바와는 달리 성당 건물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선교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마을 부호의 도움으로 성당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주민들과 함께 벽돌을 만들어 성당 건물이 완공되었으나 폭우로 완전히 무너지고 맙니다.

 

이내 중국 대륙에 페스트가 창궐했습니다. 이때 본국에서 무신론자인 탈록 의사가 이곳에 와서 함께 수많은 사람들을 구했습니다. 전염병이 잦아들 무렵 탈록도 감염되었습니다. 그의 임종 자리에서 천국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었습니다.

 

그 지역에 새로 부임해온 감리교파인 개신교 목사 부부를 알게 되었는데, 그들과는 교파가 다름에도 깊은 교감을 나누며 서로를 도왔습니다.

 

어느 날 치점은 목사 부부와 길을 가던 중에 패전 군인 와이츄에게 포로로 잡힙니다. 혹독한 고문을 받았습니다. 탈출에 성공하였지만 목사는 숨지고 치점은 크게 다치게 됩니다.

 

본국 주교로부터 귀국하라는 편지를 받습니다. 중국을 떠나기 전 날, 성당 부지를 기증했던 부호가 찾아옵니다. 유교사상에 철저했던 그가 하느님을 믿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70을 바라보는 늙은 나이에 본국으로 돌아온 치점 신부는 고향 마을 조그마한 본당에서 평온하게 여생을 보냅니다. 어릴 때 첫사랑이었던 노라의 사생아인 안드레아 소년과 함께 연어 낚시랑 연날리기를 즐기며...

 


그럼 구원의 대상은 누구일까요. 책에서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스스로 돌아봐서 가책이 없는 성실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구원을 받을 겁니다. 그게 하느님의 넓으신 자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