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 & 수행
시 : 이내가 사라졌다
스향
2018. 11. 18. 11:35
이내가 사라졌다
언제부터였을까
내 마음 산마루에 이내가 사라졌다
일상의 평화를 가져다주던 기운이
쫓기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이 두근거렸다
일상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60년이 덧없이 지나갔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얼마일까
화롯불 위로 떨어지는 눈송이 같은 인생에서
얻은 바도 없고 얻을 수도 없을 것이다
장삼이사의 삶일 뿐
습관처럼 내 인생을 막 살아 온 것이 아닌가
어제의 생각을 오늘도 하고 내일도 그러리라
조금의 깨침도 없이
그렇게 일생이 지나가버리고 마는 것일까
마음을 들여다보아도 그 속이 보이지 않는다
너무 사랑해서일까, 미워해서일까
욕심일까, 집착일까
전라북도 완주군 경천면 불명산 자락
마른 잎사귀 떨어지는 소리에
나침반 눈금처럼 흔들렸다
바위 위에 핀 꽃, 바위 위에 핀 절, 화암사
극락전 앞에서는 그런대로 견딜 만하였다
우화루 앞 은행나무는 나를 다시 흔들어 놓았다
∗이내 : 해 질 무렵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
∗화암사 : 전라북도 완주군 경천면 불명산 자락 바위 위에 핀 절
2018. 09. 25. 청암